인사말
2024년 새롭게 이사장으로 취임하신 박상규 선생님 인사말입니다.
행복한 국어교육의 새길을 함께
국가 중심의 획일적 교육과정과 교과서, 출판사의 참고서와 문제집 중심으로 국어교육이 이루어지던 시절, 우리 모임 선생님들은 지역별로 자발적인 공부 모임을 만들고 전국적으로 연수를 열었습니다. 학생의 삶과 가까운 국어교육의 길을 찾기 위해 수업 지도안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만들어 전국의 선생님과 나누었습니다. 국어 교사가 스스로 모여 함께 공부하고 나누며 실천하는 모임을 처음 열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 운동의 흐름 속에서 1988년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 모임’으로 출발한 우리 모임은 2004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부침이 있었지만 한 세대 이상의 역사가 쌓였고, 모임 1세대 선생님들은 이미 은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세대의 선생님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사이 교육과정도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이제 수업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교육청과 상업 연수기관 등에서 대면∙비대면으로 다양한 연수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어 교사들이 우리 모임을 찾는 이유는 관료적 방식으로 실행되는 국가 교육과정과 입시 교육의 관성에서 벗어나 ‘국어교육의 새길’을 찾으려는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행복한 수업을 만들고 싶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자그마한 기여라도 하고 싶은 국어 교사가, 함께 할 길동무를 찾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깨어 ᅌᅵᆻ는 국어 교사의 조직된 힘’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율과 다양성의 확대’를 목표로 제시한 ‘5.31 교육개혁안’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자율과 다양성’은 여전히 국가 교육과정의 가장 중요한 담론입니다. 최근의 국가 교육과정에 ‘창의 융합 교육’, ‘미래 교육’ 담론이 더해졌지만, 이들 담론은 ‘무한 경쟁’이라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교육 현실과 연계되어 왜곡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현상을 외면하고 이들 교육 개혁 담론을 절대화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만남과 성장’이라는 교육의 본질과 관련하여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이미 관성으로 작동하고 있는 교육 개혁 담론을 성찰해야겠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며 학생과 교사가 행복한 국어교육을 위한 새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